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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꽃피우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아무도 정의 내려주지 않고, 나 또한 알지 못하는 마음을 찾아 방황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거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으면 조심스럽게 말이다. 그림은 나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그림도 열심히 한다고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후회한다고들 하니 열심히 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림에 대한 애정만큼 좌절과 실망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그림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뜻대로 안 되어 짜증이 나도 울면서 그림을 그린다. 욕하면서도 그림을 그린다. 참 아이러니하다. 환하게 꽃피우는 마음을 그리겠노라 하면서 울고 욕하면서 그림을 그리니 말이다. 처음으로 환하게 꽃피우는 마음을 그리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정말 꽃 같은 마음으로 꽃 같은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눈부신 꽃길, 새로 시작하는 용기, 사랑하는 연인과의 설렘, 한없이 밝은 마음을 그렸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그림을 그리지 않을 만큼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림들은 어딘가 불편한 마음을 가려줄 정도로 모든 게 순조로웠다. 대중들의 반응도 좋았고, 배경 화면 공모전에 당선되는 기쁨도 주었다. 내가 그림자를 보기 전까지.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매일 반려견과 산책했고, 그날도 역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날따라 나의 등 뒤로 비치는 해가 뜨겁게 느껴졌고, 내 앞의 그림자가 거대하게 보였다. 가던 길을 멈추고 그림자를 쳐다볼 정도로 그림자가 무겁고 거대해 보였다. 그렇다. 나는 그림자를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긍정 에너지를 담는다는 이유로 고민, 실망, 갈등 같은 감정은 모른 척했고, 만발한 꽃잎도 시간이 지나면 낙엽이 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현실에서의 나는 고민투성이고,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겉으로는 꽃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의 그림자는 나를 발가벗겨 놓았다.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초심은 방황하기 시작했다. 환하게 꽃피우는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행운을 준다는 고래 꼬리를 그리기도 하고, 별이 가득 달린 나무에서 별 따는 소녀를 그린 것은 고백하건대 나를 위한 마음이었다. 막혔던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시원함,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무엇이 내 앞에 나타나기를 바랐다. 이래저래 방황하다가 급기야 그림을 쉬기도 했다. 방황 끝에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 것 역시 내가 지레 겁을 먹었던 바로 그 그림자 때문이다. 그렇게 커 보였던 그림자, 그동안 외면했던 것들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듯했던 그 그림자도 결국은 딱 나 자신만큼의 크기라는 것(그것을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헤맸던가).
보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보이는 대로 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고, 그림도 솔직해지기로 했다. 지금 나는 다시 환하게 꽃피우는 마음을 찾아 그리고 있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르지만, 밝음 뒤에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성공 뒤에 좌절이 있고, 기쁨 뒤에 눈물이 있는 것처럼. 꽃길은 사실 꽃 같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씨앗이 꽃 피우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지 않은가. 비도 견뎌야 하고, 바람도 참아야 하고, 뜨거운 태양도 버텨야 하니까. 나는 이제 그 과정을 함께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만일 지금 당신 앞에 검은 그림자처럼 단단한 벽이 서 있는가? 벽 너머의 세상이 궁금하고 벽을 허물고 싶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가?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벽을 모조리 허물지 않아도 되었다. 벽돌 하나만 공략해보라. 벽돌 하나만 빼내면 그 틈으로 벽 너머의 세상을 볼 수 있게 되고, 나머지 벽돌도 하나씩 빼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각자의 벽 너머로 가는 길이 환하게 꽃피우는 마음이라면 나의 그림도 함께할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함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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