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북

첫발자국

미래를 위한 첫걸음

조윤하, 아나운서

푸릇푸릇한 새싹이 보이기 시작하는 3월은 국제 환경보호의 달로, 환경보호와 관련된 국제 기념일이 많다. 3월 3일 세계 야생 동식물의 날, 3월 18일 세계 재활용의 날, 3월 22일 세계 물의 날 등. 이러한 날들은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하지만, 무엇보다 변화된 행동이 필요하다. 문제는 정확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너무 대단한 일을 하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지구와 다른 이들에게 괜히 미안하다. 그렇다면, ‘내 쓰레기통 점검’은 어떨까?

몇 년 전부터 영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독특한 환경 운동이 있다. 바로 ‘쓰레기통 다이빙(Dumpster Diving)’이다. 이는 말 그대로 쓰레기통에 뛰어드는 것을 뜻한다. 처음 이 단어가 생겨날 때는 가난한 사람이나 노숙자가 대형 슈퍼마켓 쓰레기통을 뒤져서 음식이나 물건 등을 찾아내는 것만을 가리켰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과잉생산·과잉소비에 반대하는 사회적 운동의 성격을 갖기 시작했다. 참여자(Diver)들은 쓰레기통을 확인해 사용할 만한 음식과 물건 등을 찾아낸다. 이들이 주로 다이빙하는 곳은 호텔이나 대형 상점. 이러한 곳들은 최상의 상품만을 제공해야 하다 보니 유통기한이 가까워진 재료들이나 작은 흠이 있는 제품들은 모두 버리게 된다.

상점의 음식들은 늘 신선하다. 소비자들은 그중 더 신선한 것을 가져가고자 유통기한이 가장 오래 남은 우유를 집는다. 기한 내에 팔리지 못한 것은 어디로 갈까. 한 해 동안 지구에서 생산되는 음식은 40억 톤 가량이다. 1/3은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버려진다.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1조 5400억 원어치의 식품이 포장지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진다. 음식물 쓰레기는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된다. 전체 탄소 배출량의 8%가 여기에서 나온다. 1년에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40톤 트럭에 담아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7바퀴 돌릴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처리하는 데만 지구 담수의 21%가 사용된다.

지금의 내 쓰레기통은 정말 버려야 할 것들로만 채워져 있을까. 재사용하거나 이웃과 나눌 방법은 없었을까. 2016년,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대형 마트의 재고 식품 폐기를 불법화했다. 면적 400㎡ 이상의 마트가 팔다 남은 음식을 버릴 경우 약 천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기한 만료가 임박한 식품들은 복지 기관에 의무적으로 기부해야 한다. 덴마크의 경우 2016년부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만 모아서 파는 슈퍼마켓 체인점이 등장했다. WEFOOD다. 이곳에서는 50% 할인된 가격에 포장이 손상되거나 유통기한이 얼마 지나지 않은 음식을 판매한다. 2023년 1월부터 우리나라는 유통기한을 폐지하고 소비기한을 도입한다. 먹을 수 있는 상태지만 짧은 유통기한 탓에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다.

이는 더 나아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구매 전, 스스로 정말 필요한 것인지 되묻는 것만으로도 과소비를 줄이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뻔한 것을 구제하는 게 되는 셈이다.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면 멈칫하기 마련이다. 당장에 개개인이 ‘쓰레기통 다이빙’을 하러 다니기는 쉽지도 않고, 성향 차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집이 ‘쓰레기통 다이빙’ 타깃이 되는 것을 피하는 것에서 그 시작을 열어볼 수 있지 않을까. 남은 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만들고 이웃과 나누며 기부를 시작해 보자.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다르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유통기한은 상품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기한이며, 소비기한은 식품을 섭취해도 건강이나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인정되는 소비 최종 기한이다.

“지금까지 지구에 살았던 모든 사람을 기준으로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은 7퍼센트 정도가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다. 우리는 공동 운명체다.” 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그레타 툰베리는 저서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환경으로부터 제공되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누적되는 전 세계 인구는 늘어만 간다. 따라서 이용 가능한 미래 자원을 남겨놓기 위해 지금의 낭비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금요일마다 학교 대신 국회의사당으로 가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을 하며 1인 시위를 한다. 이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거대한 환경 캠페인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미래 세대인 자신들에게 건강한 지구를 전해달라는 것이다. 과거에서 지켜온 현재의 자원을 물려받은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자원을 물려줄 차례다. 그 첫발자국은 오늘 내 쓰레기통을 점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당신 쓰레기통은 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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