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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냄새나는 경주 양동마을

     [여행스케치=경주] 경주 양동마을은 조선시대 전통문화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전통 마을이다. 그 안에는 수 대에 걸쳐 살아온 양반의 후손들이 여태껏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세찬 추위에 몸이 움츠러드는 이 겨울, 사람 냄새나는 고즈넉한 한옥에서 따끈한 하룻밤을 보내고 왔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흐르는 양동마을의 풍경. 사진/ 민다엽 기자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경주의 동쪽 끝에 자리 잡은 양동마을은 경주손씨와 여주이씨를 중심으로 한 씨족 마을로, 무려 600여 년의 전통을 가진 양반 집성촌이다. 국보 1점, 보물 4점, 중요민속문화재 13점 등 국가지정문화재 18점과 경상북도 지정문화재 8점을 포함해 총 26점의 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기와집 수는 15동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10년에는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우리나라의 10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양동마을은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 민다엽 기자 

     

     

    양동마을 초입. 기와집과 초가집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무엇보다 양동마을이 다른 민속 마을에 비해 특별한 점은 보존 또는다른 이유로 사람들이 떠나고 사적만이 남은 관광지 형태의 마을이 아니라, 많은 수의 후손들이 아직까지도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 중에서 이처럼 마을 주민들이 상시 거주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편이다. 그만큼 전통과 문화, 주거 공간 등 마을의 형태와 보존 상태를 완전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거주지가 대부분이라 함부로 고택을 둘러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양동마을에 가장 먼저 입향했다고 전해지는 인물은 손소(孫昭)다. 당시 조선 전기에는 혼인하면 신랑이 처가로 들어가던 풍습이 있었다. 이에 따라, 조선의 대표적인 명문가였던 여주이씨 이번(李蕃)이 손소의 딸과 혼인한 후 양동마을에 살기 시작하면서 여주이씨와 경상도의 명문인 경주손씨 두 가문이 양동마을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양동마을의 전경. 대부분의 집에 후손들이 살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보물 제442호로 지정된 관가정. 성종때의 문신 손중돈(孫仲暾)의 고택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곳곳에서 족히 수 백년은 넘었을 법한 고목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이 둘 사이의 태어난 인물이 바로 조선 성리학의 태두이자 대표적인 문신인 이언적(李彦迪)이다. 그는 조선시대 이황과 이이, 송시열, 박세채, 김집 등과 함께 문묘 및 종묘에 동시에 배향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이후 후손들 사이에서는 총 116명에 달하는 과거 급제자가 나왔고, 수많은 학자들이 대거 배출됐다.

     

    양동마을엔 사람 냄새가 난다
    단순히 민속촌의 개념을 떠올렸던 양동마을의 규모는 상상하던 것 보다 훨씬 컸다. 골짜기를 따라 크고 작은 집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데, 모두 둘러보려면 족히 반나절 이상은 걸린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1시간 남짓의 탐방길만 해도 총 7길, 마을 전체를 둘러보는 둘레길 코스는 무려 6시간이나 걸린다. 그만큼 볼거리가 다양하다는 방증이기도 하겠다.

    고택과 초가집이 옹기종기 몰려있는 나지막한 언덕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덕 꼭대기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니, 참으로 명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을 앞쪽으로 흐르는 안강과 그 너머로 펼쳐진 드넓은 안강평야, 그리고 마을 뒤쪽으로 두 개의 산등성이가 마을을 감싸고있는 모습, 풍수지리상 전형적인 ‘배산임수’ 형태를 띠고 있다.

     


    돌담을 따라 소담스러운 풍경이 이어진다. 사진/ 민다엽 기자 

     


    마을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느긋하다. 사진/ 민다엽 기자 

     

    운치 있는 고택과 수백 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고목에서 세월의 흔적이 짙게 묻어난다. 마을 구석구석 뻗은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니 ‘사람 냄새’ 가득한 소담스러운 풍경이 이어진다. 처마 밑에는 주렁주렁 감이 늘어져 있고 세찬 바람에 시래기가 말라간다.

    집집마다 놓인 장독대에서 장과 술이 익어가고 낙엽 하나 없이 깨끗한 마당까지, 어느 것 하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단순히 ‘구경한다’는 표현보다, ‘느껴본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 단, 실제로 편하게 들어가 볼 수 있는 집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5대에 걸쳐 살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만호고택. 사진/ 민다엽 기자 


    5대를 이어온 한옥에서의 하룻밤 

    “이곳 양동마을에서 나고 자란 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몇 년 전 고향으로 다시 내려오게 되었어요. 타지 생활을 오래 했지만, 이 집이 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부모님이 사시던 곳이어서, 제게는 항상 마음의 안식처였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도 조금이나마 저와 같은 마음을 느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대째 대를 이어 만호고택에 살고 있다는 이탁원 씨의 사랑방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다. 아담한 방에 가득 찬 따사로운 온기가 추위에 언 몸을 녹인다. 뜨끈뜨끈한 온돌방에 깔린 요 밑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갔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촉(?)이다.

     


    몸과 마음을 녹여 줄 뜨끈한 온돌방. 사진/ 민다엽 기자 

     


    문 밖으로 정겨운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 민다엽 기자 

     

    펄펄 끓어오르는 뜨끈한 온돌바닥에 몸을 누이니 순식간에 온몸이 노곤노곤해진다. 마치 바닥 밑으로 녹아내리는 듯한 몽롱한 기분. 어렸을 적 할머니 댁의 구들방 한쪽에는 새카만 그을음이 있었다. 도저히 맨발로 디딜 수 없을 만큼 뜨거웠지만, 왠지 모르게 어른들은 그곳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지금 나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 웃음이 난다. 

    다음날 이른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깨 밖으로 산책을 나섰다. 청명한 새벽 공기에 온몸의 세포가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한다. 서울이 아닌, 외딴곳에서 깨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작은 행복감이 느껴지는 순간. 숙소로 돌아와 만호고택의 주인장과 함께 아침 식사를 나눴다. 김치찌개와 잘 익은 깍두기, 구운 김에 간장이 전부인 소박한 식사였지만, 밥 한 대접을 싹싹 비울 정도로 꿀맛처럼 느껴졌다.

     

    느림의 미학, 전통주 만들기
    양동마을에서는 떡매치기, 서당체험, 국궁체험, 목공체험, 한지공예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그중 만호고택에서는 청주 빚기, 소주 내리기 등 전통주 만들기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독에서 청주가 익어가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전통주는 발효의 미학. 사진/ 민다엽 기자 

     


    갓 지은 찹쌀 고두밥에 밑술과 누룩을 넣고 발효시키면 청주가 만들어진다. 사진/ 민다엽 기자 

     

    “우리의 전통주는 흔히 100일주라고도 불리는데요. 술을 담가 발효를 통해 우리가 마시기까지, 즉 술이 익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요즘에는 빠르고 편리하게 술을 담글 수 있는 방법도 많지만, 이러한 편리함에 젖어 우리 전통주의 진정한 맛이 점점 잊히고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죠. 느리지만 전통 방법 그대로 술을 담그는 과정을 통해 우리 전통의 의미를 되새겨 보셨으면 합니다.” 

     

     

    청주를 증류 시켜 소주를 추출할 수 있다. 사진은 만호고택의 주인장 이탁원 씨. 사진/ 민다엽 기자 

     


    좋은 쌀에서 좋은 술이 나온다. 사진/ 민다엽 기자

     

    만호고택에서 진행되는 전통주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은 마을 자체에서 운영하는 여타 체험 프로그램에 비해 가격은 비싼 편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특성상 소수 그룹으로만 진행하기 때문에 체험의 퀄리티는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미리 만들어 놓은 밑술에 갓 지은 찹쌀 고두밥과 누룩을 넣고 혼합해 청주를 빚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청주를 증류시켜 소주도 만들어 보고, 갓 뽑아낸 전통 소주에 맛있는 안주를 곁들이다 보니 그렇게 ‘술 맛 나는 밤(?)’이 지난다.

    체험이 끝나면 직접 만든 술을 집으로 가져가 두 달 정도 냉장고에 두었다가 마실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2인 이상, 사전 예약자에 한해 진행되며 전화나 경북투어마스터,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INFO 경주 양동마을
    주소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안길 91
    운영시간 09:00~17:00
    문의 054-762-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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