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북

행복이란 무엇일까. 걱정 없이 잠든 저녁, 때론 따듯한 밥 한 공기와 찬바람을 피할 공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삶은 행복으로 가득하다. 행복은 봄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는 소소함에도 있다. 눈발이 날리는 겨울의 변덕스러운 날씨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 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비가 오는 것이 싫고 짜증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일 수도 있듯이.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심히 지나가는 시간이 많았다. 바쁜 일상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나름대로 가치를 부여했다. 그렇다고 무의미하게 보낸 적은 없다. 단지 가슴 뛸만한 일들이 점점 줄어들었다는 것뿐. 이처럼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 일생일대의 사건이 터졌다.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린, 그토록 바라던 아이가 생긴 것이다. 의사 선생님의 격려가 내 마음을 흔들었고, 없던 용기까지 생겼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 여기며 나아갔다.

“행복이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다.”

배우 린 피터스(Lyn Peters, 1941~2013)가 한 말이다.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를 통해 삶의 많은 자락이 펄럭였다. 아이가 주는 기쁨과 환희로 내 몸은 이미 날고 있었으니 말이다. 간절히 원하던 것을 품었을 때의 소중함처럼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무겁게 내려앉은 집안의 공기는 아이의 존재만으로도 상쾌하고 가벼워졌다. 여느 부모들처럼 일상의 모든 것이 특별하게 다가온 것이다. 솜털이 남아있는 딸과 처음 눈이 마주친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터지는 울음소리는 신기하면서도 가슴 벅차게 했다.

이때부터였다. 딸아이의 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평범하지만 아빠가 그려주는 아이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꼬물대던 손가락, 발 장난을 치며 웃던 모습, 첫 발걸음을 뗐을 때의 뒤뚱거리던 모습, 정성스레 만든 이유식을 먹던 모습, 옹알이를 하며 “아빠” 하고 서툴게 말하던 모습, 응가를 하느라 힘주던 모습까지…. 아이의 움직임 하나하나, 가지고 놀던 딸랑이 장난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서 교감하고 싶은 마음이 지금의 행복 토끼로 탄생한 것이다. 늘 미소 짓고 있는 행복이처럼 딸아이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태서.

누가 그랬던가. 선물은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고. 아이는 선물이며 보물이기에 어떤 방법으로든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이가 주는 특별함은 내게 행복 그 자체이다. 한 번의 눈웃음을 보기 위해 사탕을 가지고 우리는 둘만의 달콤한 거래를 한다. 삐죽거리는 입술과 투정 부리는 모습도 마냥 귀엽게 보이는 아이, 그 모습을 보며 사탕 봉지를 들고 슬며시 미소 짓는 날들이 많아졌다. 서로 깔깔대며 행복한 날을 꿈꾸는 아이와 내 마음은 캔버스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풀냄새 가득한 초원 위에서 서로 팔베개를 해주기, 사랑하는 이에게 꽃을 선물하고 세레나데 부르기, 스카프를 하고 자전거를 타며 놀기, 선글라스를 끼고 마구 달리는 휴일 등 소박한 일상을 담았다.

나는 우리가 만나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캔버스 위에서 행복으로 피어나는 게 좋다. 딸과의 추억은 때로는 왈칵 눈물을 쏟게도 하고, 살포시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의 모든 일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더디 가도 함께 가는 아빠 토끼와 행복이. 둘이서 함께 즐거운 붓질을 시작한다. 삶의 프레임 안에 행복한 동행을 위한 축제가 준비되어 있다. 여러 빛깔을 뿜어내는 현지와 이제 맘껏 즐겨야겠다.

*원광대학교 한국화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29회(꿈의숲아트센터 드림갤러리) 등 다수의 단체전 및 기획전. 드라마 <왔다 장보리><스타트업> 작품 협찬.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 남아공대사관, 전북도립미술관 작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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